사과작가 윤병락의 세계 - 빛 속에 깃든 감성
윤병락 작가(1968년 경북 영천 출생, 경북대 서양화과 및 대학원 졸업)는 한국 미술계에서 “사과 작가”로 불릴 만큼 사과 정물화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 그의 작업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 빛, 질감, 감성을 동시에 담아낸 회화의 세계로 관람자를 이끕니다.
1. 빛이 머무는 정물의 순간
윤병락의 사과 작품은 햇빛 아래 반짝이는 껍질의 윤기, 붉고 초록으로 번지는 색의 농담, 그리고 표면 위에 흐르는 미세한 결을 통해 눈에 보이는 형태를 뛰어넘는 감각을 전달합니다. 자연광이 투과되 듯 화면 속에 부유하는 빛의 움직임은 단순한 시각 효과를 넘어서 감정과 기억까지 불러일으킵니다 .
2. 부감시점과 입체적 구성
작가는 관람자가 사과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부감視點(俯瞰視點)을 선택해, 사과가 마치 캔버스 밖으로 튀어나올 듯한 생동감을 구현합니다. 2024년 KIAF 서울 아트페어에서 선보인 대형 사과 작품들은 궤짝 위에서 쏟아지는 듯한 구성으로 회화를 입체 오브제로 확장하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
3.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화판의 실험
윤병락은 전통 한지와 서양 유화 물감을 접목한 ‘퓨전 한국화’ 방식을 고안했습니다. 나무 합판에 한지를 배접하고 그 위에 유화로 사과를 그려, 강한 색채와 섬세한 표현을 동시에 구현합니다 . 정형화된 사각 캔버스를 넘어 변형된 화판을 사용하며, 화면 자체가 하나의 조형 요소가 되도록 실험합니다 .
4. 사과에 담긴 감성과 기억
윤병락에게 사과는 단순한 과일이 아닙니다. 어린 시절 고향의 풍경, 부모님의 삶, 가을의 풍요로움, 노동의 신성함 등 감정과 철학이 응축된 존재입니다. 그는 매 작품마다 풍요와 행복, 기억의 깊이를 담아 관람자와 교감하고자 합니다 .
5. 반복 속에 피어난 고요
일상적 소재인 사과를 수년 간 집중적으로 그려온 작가의 반복은 단순한 집착이 아닌 일종의 명상입니다. 같은 소재를 반복하는 가운데 구도, 빛, 색을 미세하게 조율하며 고요한 울림을 쌓아갑니다. 이 반복 속에서 관객은 화면 속에 흐르는 시간과 정서를 읽어냅니다  .
6. 극사실 이상의 감정과 표현
윤병락의 화풍은 흔히 ‘극사실주의’로 불립니다. 하지만 본인은 자신의 그림이 더 ‘감정적이고 생생하다’고 표현합니다. 사실 묘사를 넘어 사과가 가진 서정성, 향수, 행복의 감각을 빛과 질감으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
7. 국제 무대와 관람자 반응
2024년 KIAF 서울에서는 노화랑 부스에서 대형 작품 20여 점을 출품해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았습니다. 관람객들은 신선한 사과 향기마저 느끼는 듯한 몰입감을 경험했으며, 작품은 즉시 완판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
빛과 감성이 머무는 사과: 총평
윤병락의 사과 그림은 눈앞의 이미지가 아니라 마음속의 풍요를 일깨웁니다. 햇빛에 반짝이는 피부처럼 살아있는 질감,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구성, 그리고 고향과 기억이 따라오는 감성은 회화를 시각 이상의 감각으로 완성시킵니다.
그의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사과가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빛과 감성이 응축된 정물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그의 사과 그림은 거장 세잔이 사과를 매개로 입체주의를 실험했던 것처럼, 우리 시대의 감성과 기억의 매개체가 됩니다  .
윤병락 작가의 작업은 단순한 정물이 아닌, 빛의 언어와 시간의 문장입니다. 반복된 사과의 이미지 속에 숨은 섬세한 빛의 흐름, 색의 농도 차이, 붓의 터치가 모여 관람자의 정서에 스며듭니다. 고요 속에 내재된 에너지, 익숙하지만 낯선 감성은 작가가 긴 시간에 걸쳐 쌓아온 회화적 독창성입니다.
빛 아래 반짝이는 사과 하나가 전하는 메시지—삶의 풍요, 시간의 고요, 그리고 인간 내면의 따뜻함—이것이 윤병락 회화의 매력이며,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입니다.